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쓴 작가가 한 말이다.

이런 저런 다른 이유와 해결방법으로 둘러 대지만 결국 결론은 돈이라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이 주제로 전세계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유럽과 대양주는 물론 일본도 가족이 최우선이였다. 그 중에 유일하게 한국만 전혀 다른 결과였다 ‘재력’. 한국인으로서 그다지 놀랍지 않은 예상되는 결과였다.

한국은 가족이라는 따뜻한 감정이 싹 트기에는 너무 냉혹한 땅이다. 땅에서 나는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유일한 자원은 인간뿐이다. 미국 땅의 100분의 1 정도 되는 주먹만한 땅에서 약 5천만명이 먹고 살기 위해 매일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고 있다. 당장 일자리가 없으면 나라에서 지원도 없어 바로 길바닥 신세인 살벌한 상황에서 한가하게 가족의 의미만 강조하며 살기는 쉽지 않다. 챗바퀴를 도는 쥐새끼처럼 매일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고 집에 오자마자 쓰러지듯 잠들고 다시 금방 일어나 출근을 하는 끝이 안 보이는 일상 속에서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자 탈출구는 돈 뿐이다.

경제적 불안이 심해지면 사람의 관심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에 갇힌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희소성’이 정신적 여유를 빼앗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이번 달 집세가 걱정인 사람에게 가족의 의미를 묻는 것은, 마치 물에 빠진 사람에게 인생의 목표를 묻는 것과 비슷하다.

저렇게 빼곡히 도로 위를 채우고 있는 차들도,
축구선수가 수비수를 피하듯 거리를 이리저리 바쁘게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도,
점심 때마다 닭장에서 닭들이 튀어나오듯 한 건물에서 쏟아지듯 나오는 회사원들도,
한강 위 다리 위에서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이들도,
끝내 자신의 인생을 일찍 끝내버리는 사람도,
결국 그들이 그렇게 움직이고 고통을 겪는 이유도 거의 대부분이 돈이다.
그들이 겪는 고민과 걱정, 고통은 거의 돈이면 다 해결될 문제들이다.

내가 이렇게 말을 하면 누군가는 나를 속물처럼 쳐다본다. 나도 예전에 그랬다. 돈이 마치 전부인 것마냥 말을 하면 잘못된 것이라 믿고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며 살아 왔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어느 덧 그 젋음이라는 빛도 사라지기 시작하니 깨달았다. 젋을 때는 그 젊음이 영원할 거 같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 같고, 가진 돈은 많지 않아도 그보다 더 값진 걸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감에 차 있다.

돈보다 사람이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결국 사람도 못 지킨다. 친구는 말할 것도 없고, 가족 또한 돈 문제가 생기면 무너진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가 어느 새 말다툼으로 바뀌며, 함께 보내던 행복한 시간은 어느새 생존을 위한 노동으로 대체된다.

호주로 이민을 오고나서 가족애로 똘똘 뭉친 가족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 정부에서 어느 정도 살만큼의 최소한의 지원을 해 주는 복지 혜택과 여유로운 호주 사람들로 인해 아둥바둥 살아갈 이유도, 부담도 크게 느끼지 못한다. 한 사람의 가치관이 자리잡는 데 환경이 중요함을 크게 느끼고 있다. 가족은 생각도 없던 내가 가족을 꿈꾸게 되었으니.

그래도 돈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크게 변함이 없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건 다 해주고 싶고,
그들과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좋은 추억과 경험을 만들어 주고 싶고,
살면서 돈 때문에 고통을 받고 원하지 않는 인생을 살게 되는 경우는 피하게 하고 싶다.
그럴려면 역시 돈이 필요하다.

결국 내가 원하는 건 돈 그 자체라기보다 돈이 나에게 주는 자유다.
돈 때문에 싫은 일을 안 해도 되는 자유
돈 때문에 싫은 사람을 안 만나도 되는 자유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유

우리가 정말 물어야 할 질문은 “돈과 가족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가 아니다.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돈을 먼저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사회를 우리는 언제까지 당연하다고 여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