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트는 점점 똑똑해지는데,
나는 점점 더 멍청해지는 거 같다.

뭐든 저장했다.
좋은 문장을 보면,
좋은 영상을 보면,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그리고 정말로 필요해진 날…
찾지 못한다.
사실 저장을 한 것조차 기억을 못 한다.
우역곡절 끝에 찾아도 왜 저장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렇게 많이 모아봤자 쓸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지식 관리의 문제는 얼마나 많이 모았느냐가 아니었다.

미래의 내가 얼마나 쉽게 찾고, 빨리 이해하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느냐였다.

소울정이라는 유튜버가 학습에 쏟는 집요함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Building a Second Brain’이라는 책을 기점으로 관련 정보를 수집해 봤다.

늘상 그렇듯 남들이 짜놓은 판에서 놀기는 거부한다. (뭣도 없으면서 항상 독고다이다…)
그냥 내 입맛에 맞는 것들만 입에 쑤셔 넣고,
야금야금 씹어서 뱉어낸 게 아래의 것들이다.
(이 비유 말고는 정확한 비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1. 이제 모든 것을 저장하지 않으련다.

예전에는 조금이라도 눈에 들어오면
마치 길가에 떨어진 돈을 발견한 것마냥 막 주워 담았다.

남들이 아는 것들은 나도 알아야 남에게 뒤쳐지지 않는다는 강박관념,
내 노트에 저장만 해도 마치 내 것이 된 것 같은 착각,
그것들로 인해 내 노트는 분리수거도 안 된 쓰레기통이 된다.

오로지 내 마음을 흔드는 것.
그 중에서도 거르고 걸러 나에게 큰 울림이 있는 것들만 ‘inbox’ 폴더에 남긴다.
내가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고,
미래의 나에게 필요할 것 같은 것들을
일단 분류하지 말고 하나의 폴더에 저장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미 내가 알고 있고 믿는 것들보다,
내 생각을 바꾸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을 더 중요하게 본다.

사람은 자신이 믿는 것을 저장하는 데 아주 능숙하다.
그러다 보면 노트는 새로운 생각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기존 생각의 백업 서버가 된다.
그럼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2. “어디에서 구했냐”가 아니라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책에서 찾았는지, 유튜브에서 찾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이걸 어디에 쓸 건데?

난 4가지 폴더로 나눈다,

  1. 식자재마트
  2. 배송차량
  3. 냉장고
  4. 냉동고

좀 더 직관적으로 보기 위해 요리에 비유했다.

일단 내가 저장한 노트들을 ’식자재마트의 주제에 따라 구분한다.
‘학습법’, ‘AI’, ’이야기’등

그 중에 블로그, 팟캐스트, 유튜브 등 컨텐츠로 만들 것들은 ‘배송차량’ 폴더로 옮긴다.

당장은 아니지만 곧 결과물로 만들 것들은 일단 ’냉장고’에 옮긴다.
오랫동안 방치하지 마라. 썩는다.

그리고 끝난 프로젝트들이나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자료들은 ’냉동고’에 오랫동안 보관한다.
그것들이 새로운 프로젝트의 좋은 재료가 될지도 모른다.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보다 과거의 내가 남긴 흔적이 더 정확할 때가 많다.


3. 미래의 나는 바쁘다

“나중에 다시 읽어야지.”

이 말은 다시 읽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그 정보를 더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 정보가 존재한다는 것만 기억해도 다행이다.

그래서 미래의 멍청한 내가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 문장을 굵게 표시하고, 그중에서도 다시 중요한 부분만 강조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나만의 언어로 다시 정리한다.
간단! 명료! 하게
긴 글을 다시 읽지 않아도 요점을 바로 볼 수 있도록.

여기만 봐도 돼. 이게 핵심이야.

나만 갖고 있는 지식은 아직 완전히 내 것이 아니다

문장을 저장했다고,
밑줄을 그었다고 그게 내 것이 아니다.
그 지식을 내 언어로, 내 입으로 다른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만큼 완전히 소화를 시켜야 한다.

내 경험과 연결하고,
내 판단을 더하고,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결과물로 만들어야 한다.

글이 될 수도 있다.
업무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정보를 모으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정보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아마 저장 버튼을 누르는 순간,
우리는 이미 공부를 끝냈다는 착각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가치가 있다면 어느 누군가에게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일주일에 한 번씩, 한 달에 한 번씩

매주 inbox를 비우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확인하고,
다음 주에 가장 중요한 일을 정한다.

한 달에 한 번은 더 멀리 본다.
무엇을 이뤘는지.
무엇이 예상과 달랐는지.
그 일로 무엇을 배웠는지.

이미 끝난 목표는 지운다.
목표를 지우는 것도 일종의 진전이다.
더 중요한 목표에 더 집중을 할 수 있으니


과연 좋은 노트란 무엇일까?

요즘 AI 기술을 이용하면 노트 정리가 훨씬 수월해 진다.
대신 검색이나 정리 등 기계적인 노동 부분만 맡기고
판단은 내가 해야 한다.

지식 관리는 기억력을 늘리는 기술이 아닐지도 모른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협업하는 방식에 더 가깝다.

오늘의 나는 무언가를 남긴다.
미래의 나는 그것을 발견하고 다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