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태어날 때부터 주름과 흰머리를 달고 나왔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 어리광 부리거나, 할 일 없이 친구들과 몰려 다니거나,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를 불안해 하며 밤잠을 설치던 때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지.
문득 궁금해졌어. 그들의 마음 한켠에 아직도 젊었던 자신의 모습이 남아 있을까? 그들의 몸은 세월을 피할 수 없었겠지만 그들의 마음만큼은 세월을 비켜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심리학에서는 스스로 느끼는 나이를 ’주관적 나이’라고 불러. 40세 이후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실제 나이보다 20% 젊게 느낀다는 연구도 있어. 이것은 단순히 늙음을 인정하기 싫어서 생기는 착각이 아니야. 우리의 몸은 매일 늙어가지만 자아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동갑으로 인식하는 거지.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어. ‘나이는 숫자일 뿐’. 우리는 출생 신고 후부터 시작된 나이라는 주홍글씨를 몸에 새기게 돼. 사회는 그 나이에 호칭까지 붙여주지. 아기, 어린이, 청소년, 청년, 아저씨, 할아버지… 누군가 내 나이를 묻거나 그에 맞는 호칭으로 부르는 순간 내 몸과 마음도 그 틀에 갇혀 버리는 기분이야. 내 마음은 아직도 혈기왕성한 청년처럼 이것저것 다 도전하고 인생을 멋지게 즐기고 싶은데 이제 나잇값을 해야 한다, 그럴려면 돈부터 벌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에 매번 그 열정을 억누르게 되지.
문득 겁이 나. 어느 날 누군가 날 이렇게 부르는 건 아닐까… ‘저기,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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