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런 글을 봤어. 자기가 훨씬 더 예쁜데, 왜 자기보다 덜 예쁜 여자들이 부자랑 결혼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야. 자기는 정말 아름다운 스물다섯이고, 연봉 50만 달러 이상 버는 남자랑 결혼하고 싶다고 했어. 이미 25만 달러 정도 버는 사업가도 만나봤지만 자기가 원하는 생활을 하기엔 부족하다고.

거기에 누군가 답변을 달았는데 자기를 여자의 조건에 맞는 남자라고 소개했어. 그 남자의 논지는 그 여자의 외모는 길어야 5년에서 10년인데 거기에 비해 자신의 소득은 계속 늘어날 확률이 높다는 거야. 그러니까 결혼, 즉 매입을 하면 무조건 손해가 날 게 분명하니까, 그냥 연예처럼 임대를 하겠다고 했어. 자기 돈도 사라지면 어차피 여자도 떠날 테니, 자신도 여자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으면 바로 다른 여자로 갈아 탈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지. 그러면서 마지막에 임대 관심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더라.

그 남자의 글에 대해 반박한 글도 있었어. 글 실력을 보면 처음 글을 썼던 여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 여자의 입장에서 쓴 거 같아. 뭐 이래저래 남자의 말을 비꼬았던데 주 요지는 여자의 외모가 노화되듯이 남자도 언제까지 계속 돈을 벌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야. 뭐 일리는 있는데 그래도 돈은 더 벌 수 있는 확률이라도 있지만, 나이를 먹는 건 전혀 피할 수 없으니 여자의 조건이 더 불리해 보이기는 했어.

그러다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라는 말이 떠올랐어. 한국에서는 거의 진리지. 속물 같아 인정하기 싫겠지만 특히 사회생활을 하는 남녀들 사이에서는 어쩔 수 없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무조건 돈은 필요하고 같이 살게 되면서 현실에 부딪히면 그 돈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지.

한국에 결혼정보 회사에서는 졸업증명서, 재직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외모와 나이, 성격까지 최대한 자기 조건에 맞는 사람을 만나. 물론 그런 곳에서 만났다고 사랑의 감정이 생기지 않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부족하거나 더 이상 시간 낭비를 하기 싫은 사람에게는 좋은 방법이겠지. 그런데 나중에 그 조건이 달라지거나 사라지면 어떡하려고…거기다 애까지 있다면 그 애는 무슨 죄일까…물론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들도 헤어지지. 다만 조건만 보고 만난 사이에서 그 조건이 사라지고 갈등이 생기면 과연 그걸 헤쳐나가고자 하는 의지와 애정이 남아 있을까하는 거지.

그리고 조건만 보고 만난다면 뜻밖의 사람을 만날 기회는 사라진다고 생각해. 사람을 만나면 보통 그렇잖아. 내가 생각했던 이상형과는 다른데 뭔가 자꾸 끌리는 사람. 이상하게 자꾸 생각나는 사람. 별것도 아닌 농담이 다시 생각나서 혼자 웃게 되는 사람. 분명 내가 원하는 이상형은 아닌데. 프로필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냥 그 사람만의 특성이 있고 그게 나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지. 아니면 그 즈음에 일어난 여러 상황 때문에 내 마음 상태가 그 사람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최적의 상태였을지도 모르지. 뭐 심적으로 많이 힘들거나 외로울 때 누군가 조금만 잘해줘도 마음이 가는 것처럼 말이야.

이상형이라는 게 보통 애매해. 나는 조용한 사람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너무 지루할 수도 있고. 반대로 말 많은 사람은 피곤할 줄 알았는데, 그 사람 얘기는 계속 듣고 싶은 거야. 자기주장 강한 사람은 싫다고 생각했는데, 내 얘기는 충분히 들어주면서 자기 생각도 분명하게 말하면 그게 오히려 든든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그러니 다들 이상형을 말하긴 하는데 정작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될지는 그 사람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서는 잘 모를 수 있다는 거지. 그러니 조건부터 고르면, 그 마음을 알아볼 기회가 영영 없어질 거 같아.

이런 얘기를 하다 보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어.《결혼은, 미친짓이다》

연희는 소개팅으로 만난 대학 강사 준영을 만나 사랑에 빠져. 하지만 결혼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의사와 하지. 문제는 결혼 뒤에도 계속 준영을 만난다는 거야. 안정적인 생활은 원해서 조건을 보고 결혼은 했지만, 하필 마음은 다른 사람을 향해 있었던 거지. 돈과 사랑, 그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둘 다 놓지 않으려 하지. 우리는 누가 나에게 더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알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 마음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가 않지.

그래서 이게 처음에 얘기했던 여자의 질문의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부자들이 왜 자신보다 덜 예쁜 여자들과 결혼할까? 우리가 그 덜 예쁘다는 여자들을 만나보진 않았잖아. 외모가 아닌 다른 어떤 매력이 있는지 모르지. 누굴 사랑하는 사람에게 왜 사랑하냐고 물으면 이런저런 장점을 말하겠지. 착하고, 같이 있으면 편하고, 대화가 잘 통하고. 하지만 그런 장점과 똑같은 사람을 만난다고 그 사람에게서 느꼈던 감정을 비슷하게라도 느낄 수 있을까? 난 아직 그 차이를 잘 설명 못 하겠어.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사람과 있으면 내가 갖고 있던 대부분의 걱정과 고충들이 훨씬 가벼워진다는 거야. 그 사람과 내 편이라면 뭐든지 극복할 수 있고, 마치 내가 전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 더 대단한 사람이 되었다는 기분이 들어. 그 감정, 말로서 다 설명할 수 없는 그 감정들을 프로필에 빽빽히 적혀 있는 조건들과 비교할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은 절대 조건에 맞는 그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내 곁에 가만히 있어도 힘이 되어 줄 바로 ‘내’ 사람이라는 거야.